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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바이오] 뇌경색 등 치료 `신경줄기세포`…소변채취로 세포 배양해 만든다

김시균 기자
입력 : 
2019-10-30 0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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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템랩·고려대 공동연구 성과
신경계손상 질병 치료에 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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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적인 학술 논문 발행기관 MDPI그룹의 온라인 저널 'Cells'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소변유래세포를 임상적으로 안전한 자가 역(易)분화 신경줄기세포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내용이었다. 환자의 세포를 채취할 때 가장 간편하면서 안전한 방법 중 하나인 소변 채취로 세포 배양 과정을 거치면 신경줄기세포를 만들 수가 있다는 것이다. 부연하자면 손상된 신경계를 복구해주는 신경줄기세포를 기존보다 빠르게 얻게 됐다는 뜻이다. 이번 논문은 바이오 벤처기업 스템랩과 유승권 고려대 생명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작업한 결과물이다. 최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산학관에서 만난 오동훈 스템랩 대표는 "척추 손상, 뇌경색, 뇌졸중, 알츠하이머 등으로 인해 신경계가 손상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신경줄기세포가 필요한데, 이 세포를 만드는 효율적인 방법을 이번 연구를 통해 입증해낸 것"이라며 의의를 설명했다.

"이 같은 병들의 공통점은 신경세포가 망가졌다는 것입니다. 이를 재생시키는 방법이 우리 몸의 신경을 만드는 신경줄기세포를 통해서입니다.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자가 역분화 유도 만능 줄기세포를 만들어 주목을 받았는데요. 저희는 소변 유래세포를 통해 임상적으로 사용 가능한 신경줄기세포를 만드는 방법을 고안한 겁니다."

이 연구는 2011년 '세포 직접교차분화' 원천기술에 기반해 스템랩을 세운 유 교수 연구팀이 15~16년 전 착수했다. 실험 쥐의 세포가 역분화 과정을 거쳐 신경줄기세포가 되는 원리를 긴 기간 연구해 온 것이다. 그 결과 인간의 소변유래세포를 추출해 '유도 자가 신경줄기세포'를 역분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유 교수는 "이를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이 마지막 관문이었는데, 이번에 그것을 통과한 것"이라며 "다만 파킨슨병, 다발성 경화증 등 다양한 질병으로 인해 손상된 신경세포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각각 질병에 맞는 신경줄기세포를 제작해 유효성 검증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국제경영학 박사 출신이다. 그가 유 교수와 손을 맞잡은 건 사석에서 나눈 대화가 계기가 됐다. 바이오 벤처기업을 이끌던 차에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 의료를 제대로 하려면 환자유래 세포가 중요하다"는 말을 그에게서 들은 것이다. 오 대표는 "바이오 산업이 데이터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던 때였다"며 "유 교수가 연구 중인 세포 역분화 기술이 임상 단계를 거쳐 사업화되려면 힘을 합치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스템랩은 세포의 직접교차분화 기술을 이용해 치료 효능이 있는 세포치료제를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세포 리프로그래밍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재생되지 않는 세포 손상으로 인한 질병을 치료하고자 환자에게 건강한 세포를 주입시켜 치료를 유도한다. 이 회사는 역분화 줄기세포에 기반한 재생의료 관련 지식재산권(IP)을 지금까지 총 37건 창출했다. 2016년 '코넥스'에 상장한 데 이어 내년 후반엔 코스닥 이전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 대표는 "대외적으로 제휴 협력과 기술 이전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것 같다"며 "의료계에 우리 기술에 대해 설명하면서 임상 단계를 확대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1~2년 내로 임상 단계로 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각 질환에 특화된 환자유래 신경줄기세포를 개발하는 동시에 여러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신경줄기세포주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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