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일이다. 생명과학의 주된 목표 중 하나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샌디에이고)대 분자생물학자와 생명공학자들이 노화의 미스터리 뒤에 숨어있는 핵심 메커니즘을 밝혀내 이런 염원에 한발 다가서게 됐다.
이들 연구팀은 노화 과정에서 세포가 이동하는 두 가지 뚜렷한 경로를 분리해 내고,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이 과정들을 유전적으로 프로그램 할 수 있는 방법을 새롭게 설계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17일 자에 소개됐다. <관련 동영상>
노화의 두 가지 경로, 핵소체와 미토콘드리아
우리 인간의 수명은 각 개인별 인체 세포의 노화에 의해 결정된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세포들이 동일한 비율로 동일한 원인에 의해 노화되는지의 여부를 알기 위해 피부와 줄기세포의 노화 경로를 포함해, 노화 메커니즘을 조사하기가 용이한 발아 효모(Saccharomyces cerevisiae)의 노화를 연구했다.
연구 결과 같은 유전 물질과 같은 환경 안에 있는 세포일지라도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 노화될 수 있으며, 세포들의 운명은 서로 다른 분자적 및 세포적 궤적을 통해 전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미세유체공학과 컴퓨터 모델링을 비롯한 여러 기술들을 사용해, 약 반 정도의 세포는 핵소체(nucleolus), 즉 단백질 생성 ‘공장’의 핵심 구성요소가 합성되는 세포핵 DNA 영역의 안정성이 점차 쇠퇴함으로써 노화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비해 나머지 반 정도의 세포들은 세포에서 에너지 생산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장애로 인해 노화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DNA 수정해 수명 연장 노화 경로 창출세포들은 생애 초기에 핵소체나 미토콘드리아 경로 중 한곳에서 출발해 전 생애를 통해 이 ‘노화 경로(aging route)’를 따라가며 노쇠하고 사망에 이르게 된다. 연구팀은 이 노화 조절의 중심부에서 노화 과정을 인도하는 마스터 회로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논문 시니어 저자인 난 하오(Nan Hao) 생명과학부 분자생물학과 부교수는 “세포들이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리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각각의 노화 경로와 이들 경로 사이를 연결하는 기저의 분자적 과정들을 확인한 결과, 가전 장치들을 제어하는 전자회로와 유사한 세포 노화 조절 분자 회로를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하오 교수팀은 노화의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 노화 과정을 조절하고 궁극적으로 이를 최적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도움을 얻어 마스터 분자 회로의 DNA를 수정해 이 회로를 재프로그래밍 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극적으로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새로운 노화 경로를 유전적으로 창출해 냈다.
“장수 약물 평가해볼 계획”
하오 교수는 “이번 연구는 노화의 효과적인 지연과 건강수명 연장을 목표로, 인체 세포 노화를 재프로그램 할 수 있는 유전자와 화학 요법의 합리적 설계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더 복잡한 세포와 유기체 그리고 인간 세포에서 유사한 노화 경로를 찾기 위해 이번에 개발한 새 모델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아울러 화학적 기술을 시험해 치료제와 약물 ‘칵테일’ 조합이 장수에 이르는 경로를 안내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 볼 계획이다.
논문 공저자 중 한 사람인 로레인 필러스(Lorraine Pillus) 분자생물학과 교수는 “이 논문에서 기획된 많은 작업들은 강력한 학제간 팀 구성으로 얻은 성과”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연구팀에서 가장 돋보이는 측면은 모델링뿐만 아니라 모델이 올바른지 밝히기 위해 실험을 수행한다는 점”이라며, “이런 반복적인 프로세스는 우리 연구 작업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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