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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췌장암 원인 95% 규명"… 치료 길 '성큼'

고재원 기자
입력 : 
2024-04-09 17:25:13
수정 : 
2024-04-09 19:3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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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올리브 연구팀
네이처지에 8일 발표
발병 단백질 표적한 치료
전임상서 종양 퇴치 입증
美제약사와 치료제 개발 착수
사진설명
췌장암은 '침묵의 암살자'라고 불린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고, 장기 위치상 수술 난도도 높아서다. 진단 후 5년 생존율은 15%가량에 불과하다. 미국 과학자들이 난치 영역으로 여겨진 췌장암 치료의 새 지평을 열었다. 췌장암 발생 원인의 95%를 잡아내는 새 치료법을 개발한 것이다.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기초연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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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올리브 미국 컬럼비아대 허버트어빙종합암센터 교수(사진) 연구팀은 8일(현지시간)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췌장암 발생 원인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KRAS'라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을 개발했다"며 "전임상 결과 지난 20년간 췌장암 연구를 해오면서 보지 못했던 획기적인 췌장암 퇴치 능력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발한 치료물질을 사용하자 췌장암 세포 크기가 작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에는 암세포가 줄어드는 정도로 효능을 보인 물질이 없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길이 약 15㎝, 무게 약 100g인 췌장은 소화를 돕는 췌장액뿐만 아니라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혈액으로 분비하는 역할을 하는 장기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췌장암 환자는 10년 생존율이 10% 미만이다. 진단 후 수술이 가능한 환자가 약 20%에 불과하고, 수술을 하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도 췌장암으로 목숨을 잃었다. 국내에는 약 2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췌장암은 뚜렷한 치료제가 없다.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이다. 오랫동안 치료제 개발이 실패한 것은 췌장암의 발생 기전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한다고만 알려져 있다.

유일하게 밝혀진 기전은 KRAS라는 단백질이 췌장암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KRAS 단백질은 암의 최대 3분의 1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RAS 단백질'의 돌연변이다. 췌장암의 95%에서 이 KRAS 단백질이 발견된다. 연구팀은 여기에 주목했다. RAS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억제제 'RMC-7977'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RMC-7977은 RAS 단백질이 KRAS 단백질로 변이하는 것을 막는 기전을 가졌다"며 "RMC-7977은 생체 내에 오랫동안 머물며 항종양 효과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연구팀이 전임상 모델에 RMC-7977을 실험했더니 RAS 단백질 변이를 막았다. 췌장암 세포는 증식을 정지했고, 세포 사멸 현상까지 보였다. 연구팀은 "RMC-7977은 그 어떤 치료제보다 높은 효능을 보였다"며 "종양 크기가 작아지는 효능까지 입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RMC-7977이 암세포가 아닌 정상세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RAS 단백질은 다른 암을 유발하는 HRAS나 NRAS로도 변이하는데, RMC-7977은 이 또한 막을 수 있다"며 "RAS 단백질을 직접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가 없던 가운데, RMC-7977은 전례 없는 종양 퇴치 능력을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임상에 착수해 치료제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연구를 미국 제약업체 '레볼루션 메디신'과 함께 수행한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뒀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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